박석환, 신문만화왕국 코믹스닷컴 www.comics.com, 씨네버스, 201.05.08


세계의인터넷만화사이트 1 


설명이 필요 없는 도메인

닷컴을 회사명으로 붙이던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저만치 지나갔다. 최근 미국의 한 투자분석가는 자신의 투자금지 조언 목록 첫 번째에 ‘일반명사 + 닷컴으로 끝나는 이름의 회사’를 꼽았다. 얼마 전까지 사상 최고의 투자 배당금을 안겨줬던 닷컴 회사들이 들으면 화들짝 놀라게 될 악담의 배경은 이렇다. 

NEWS.com, BOOK.com, MP3.com 등 일반명사 도메인을 확보한 회사는 매우 오래됐거나 거금을 들여 도메인을 확보했을 것이다. 오래됐다면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걸 맞는 기업이 아닐 것이고, 신규로 도메인을 구입한 것이라면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제는 도메인만 믿고 인터넷에 덤벼들 때가 아니라는 의미겠다. 하지만 인터넷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나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들에게 있어 ‘남의 떡’만 같은 일반명사 도메인은 탐스럽기만 하다. 

이 차원에서 만화관련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은 인터넷 표준어(영어)로 만화를 뜻하는 ‘comics’ 도메인을 가진 업체가 어디일까 부러워했을 것이다. 도메인만으로도 ‘인터넷에서는 이곳이 진짜 만화 사이트’ 또는 ‘모든 만화는 여기 있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투자분석가의 조언을 삐딱하게 듣는다면 「코믹스닷컴」은 인터넷만화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사이트임에 분명하다. 그것이 상업사이트라고 한다면 인터넷만화의 가장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보여줄 것이다.(그림34) 



최초의 인터넷만화 사업모델

www.comics.com은 신문이나 잡지의 만화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신디케이트syndicate 회사들이 유나이트미디어라는 동종 업체를 중심으로 모인 신문만화 전문 서비스 사이트이다. 신디케이트는 원래 기업연합이나 합동을 뜻하지만 신문이나 잡지에 만화를 보급하는 업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만화 신디케이트 업체들은 <딜버트>, <스누피>, <찰스와 홉스>등의 유명 작가를 연합해서 작가가 하루에 한 편 그린 작품을 전 세계의 유명 신문에 실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문사나 잡지사의 입장에서는 명망 있는 작가의 작품을 큰 부담 없이 수록할 수 있고 작가 입장에서는 한편의 작품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세계인과 함께 작품을 보며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그림35) 

신디케이트 사업은 신문출판계에서는 보편화된 사업 모델이다. 이미 20세기 초입에 자리를 잡은 이 사업은 현재 온라인 네트워크 사업의 선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신디케이트, 언론사, 독자는 모두 나름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독자적인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 네트워크가 생산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결론적으로 신디케이트 사업은 온라인 이전의 네트워크 사업임에 분명하다. 「코믹스닷컴」은 이 신디케이트 업체들을 연합해서 오프라인에서 시도했던 온라인적인 마인드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오프라인에서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지닌 사이트이다. 



신문만화로 전세계의 일상을 정복한다

1954년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블론디>가 이 신디케이트를 통해 들어 온 작품이다. 국내 배경으로 본다면 분명 <왈순아지매> 쯤 되는 아줌마 캐릭터였다. 그러나 왈순아지매와 블론디의 격차는 촌과 도시만큼이나 컸다. 신한종합연구소는 <블론디>의 인기가 도시사회의 꿈과 아메리칸 드림을 불러온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만화가 레넌 루리의 작품은 ‘해가 지지 않는 작품’으로 통한다. 신디케이트를 통해 보급된 그의 작품이 지구상 어딘가 환한 곳에서 보여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레넌 루리의 정치적 입장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보고도 나왔다.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신문만화 <딜버트>의 주인공은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인물로 뽑혔다. ‘하루라도 딜버트를 보지 않는 사람은 국제 비즈니스 사회에서 할 이야기가 없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퍼트린 것 역시 신디케이트를 통한 신문만화이다.

「코믹스닷컴」은 전세계에 보급하고 있는 신문만화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일반독자에게 공급하는 한편 새로운 기업고객을 찾는 홍보페이지 성격을 갖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일반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3가지 기본요소에 입각해서 코믹스닷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0여 편에 이르는 코믹스(사회면에 실리는 4칸 만화)와 에디토리얼카툰(정치면에 실리는 1칸 만화)을 가장 최근호부터 지난 호까지 볼 수 있는 콘텐츠. 만화 이미지를 이메일로 발송 할 수 있고 작가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기업대상 판매에 입각한). 작품 이미지를 삽입한 T셔츠와 머그컵을 판매하는 커머스(전자상거래)가 전부이다.(그림36) 물론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단순한 콘텐츠에 있다. 셔츠나 머그컵을 판다는 개념은 홍보나 서비스 개념이 강하다. 콘텐츠의 노출 빈도를 늘리고 판매가치를 높여서,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별 뜻 없이 휙 보고 마는 신문만화로 세계인의 사고를 정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신디케이트의 역사와 이를 이끈 경험적 마인드로 단순하고 분명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업. 그 바탕과 기초 그리고 광역적인 인식이 탐스럽다. 

 

씨네버스, 2001-05-08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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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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