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고정화 된 캐릭터 성장하는 아바타, 씨네버스, 2001.03.06



웬만한 컴퓨터 사용자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그 유명한 응용프로그램 한글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하나로 묶어 파는 MS오피스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정품이든 불법복제판이든 간에. 이 프로그램을 동작시키면 누런 강아지 한 마리가 등장해서 중급 사용자라면 귀찮은 기능 사용법들을 알려준다. 가끔 물어다 주는 정보가 ‘이건 어떻게 하지?’하는 경우와 맞아떨어질 때면 ‘잘했어 라이코스’가 절로 나오니 요긴한 기능인 것만은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 경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운영체제에서 이 기능보다 발전된 형식인 가상인간을 표준 인터페이스로 채택한다는 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른바 아바타avatar다. 


아바타의 출현


아바타는 분신 또는 화신을 뜻하는 말로 원래 아바타는 내려오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Ava와 아래, 땅이란 뜻인 Terr의 합성어이다.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비슈누 같은 신이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빌려 나타나는 것을 가리켰으나 1980년대 중반 루카스필름에서 개발한 가상 공동체 환경 해비타트Habitat를 근간으로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통칭하는 용어가 됐다. 기존의 극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수신자의 얼굴을 대신하는 동일시 효과로 캐릭터라는 개념과 산업을 놀랍도록 빠르게 전개했다면 아바타는 선택형이라는 인터넷의 특장점을 다시 한번 과시하게 만들면서 텍스트 기반의 ID를 그래픽 기반으로 성장시켰다. ID가 가상 공간에서 실 공간의 자신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조건을 가졌다면 아바타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가상 공간의 자신을 드러나게 만든다. 

온라인 채팅, 온라인 게임, 가상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아바타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캐릭터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거나, 신체의 각 부위 별로 만들어진 툴tool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조합, 나름의 캐릭터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준비된 이미지 수 별로 적게는 수백에서 수만 가지의 서로 다른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사용자의 욕망에 따라 ID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을 표기할 수 있어서 자신과 닮은 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을 더욱 가장할 수도 있다. 

폴 버호벤이 만든 투명인간은 유명배우인 주인공의 얼굴을 화면에 드러나게 하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는 운명을 타고 낳지만 유명배우는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운명이다. 이 사이의 간극이 웹이라는 가상세계의 질서 속에 등장한 가상인간이고 <할로우멘>은 가상세계에 대한 은유라는 한 필자의 논지는 정확한 듯 싶다. 아바타가 만들어 갈 세상이 그와 같겠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기초가 되지만 사실은 자신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또 다른 한 축의 욕망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킨다. 훔쳐보기의 즐거움에 취해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드러내기의 즐거움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캐릭터가 고정화된 성격의 규정이 필요하다면 아바타는 더 이상 고정되지 않는다. 웹에서 초기 형식의 아바타는 고정화된 캐릭터를 이용자가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열혈강호>의 한비광 등을 선택한다면 그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일반이 알고 있는 성격을 자기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바타는 사용자에 의해서 재창조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욕망에 의해 조합된 이미지를 자기화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시킨다. 헤어스타일, 의상, 도구 등의 선택으로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 가고 캐릭터를 임의대로 성장시켜 갈 수 있다. 아바타는 그야말로 웹 그래픽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는 수 만가지 사례를 포괄하고 있다.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시술 후 예측 화면, 미장원에 있는 헤어스타일 미리보기, 캐릭터에 옷입히기 등을 비롯 온라인 채팅에서의 입, 퀴즈게임에서의 머리, 온라인 게임에서의 몸을 대신한다. 여기에 동작을 뜻하는 애니메이션 개념이 추가되면서 아바타는 캐릭터가 지니지 못하는 ‘탈 고정화’라는 측면을 확보한다. 그리고 캐릭터에 부여됐던 수많은 지위를 한순간에 얹으려고 한다. 


(그림1) MS오피스의 강아지가 가상인간으로 변해서 윈도우의 모든 사용법을 알려준다면...

(그림2) 캐릭터의 특징은 유지하고 애니메이션 기능을 포함한 스타 아바타. 캐릭터형과 실사형이 있으며 ‘안녕하세요’ 등의 동작을 선택하고 메시지를 타이핑해서 보내면 상대방의 컴퓨터에서 아바타가 인사를 하고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www.staravatar.co.kr

(그림3) 캐릭터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서 아바타 채팅이나 퀴즈 게임을 할 수 있다. 성장형이 아니라 변신 정도를 수행할 수 있다. 변신 조건을 개인별 레벨에 의한다는 조건을 걸어 게임성을 높이기도 한다. www.boomboo.com, www.sayclub.co.kr, www.quizquiz.com

(그림4) 가상공간, 아바타로서 사는 방법을 만끽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도시 게임. 경험치나 능력치에 의거 의상이나 도구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직업을 가질 수도 있고, 상점 등을 운영할 수도 있다.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는 것보다 좀 더 자신을 드러낼 수도 조작해낼 수도 있다. www.joycity.com, www.cydream.com


 씨네버스/2001-03-06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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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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