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포르노로 행복한 인터넷과 애니메이션, 씨네버스, 2001.02.27


인터넷에서 포르노 사이트는 가장 최근의 인터넷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방법 등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그 어떤 사이트도 이루지 못하는 독특한 커뮤니티 방식과 수익모델, 고급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포르노 사이트에 가보면 인터넷의 현재를 조망할 수 있다는 농담은 결코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작정하고 달려들면 한달음에 끝나버리는 세계 애니메이션의 역사도 이 성적 표현물의 영역으로 접어들면 드넓기가 한이 없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에 이른다. 장르의 구분방법도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구분 코드(셀, 2D, 3D, 클래이, 페이퍼, 퍼핏 등)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소프트와 하드가 나뉘고 특정 신체부위, 또는 특정 형식의 성행위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넓고도 깊숙하게 분류된다. 


포르노급 애니메이션 “현재 상영중”


국내법상으로 일반의 공개가 금지되어있는 이와 같은 형식의 애니메이션들은 일본산 작품들을 기점으로 이미 필수 관람작 리스트를 지나 제작사, 감독, 성우 순으로 패키지화해서 탐미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이들 작품을 와레즈라는 이름으로 또는 국외에 서버를 둔 한국어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큰 제약없이 시청 할 수 있다. 다운로드 또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윈도우 미디어나 리얼미디어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고, 회선이 느릴 때를 대비해 수 백장의 스크린샷을 대사와 함께 서비스하기도 한다.

개인의 건강한 삶과 활력 증진을 위한 대중문화상품 일 뿐이라고 말하기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는 일본의 크림레몬(애니메이션 제작사) 시리즈나 최근 제작되고 있는 미소녀 거유물(가슴이 무지하게 커다란 세라복 차림의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중에는 유명 애니메이터나 작화 감독들이 재미(?)삼아 참여해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작품들도 있고, 일본 성인에로 비디오 시장에 참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학생운동 세력들이 이곳에도 넘쳐나고 있어 나름의 의식화가 전재된 작품들도 있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분명 쓰레기더미 속에 진주가 있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순수 창작 애니로 성인시장 탈환 예고


국내 에로비디오 업계에 활기가 불어닥쳤던 90년 대 초 한 비디오 제작자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국외 포르노물 시장이 자취를 감췄다”며 언더그라운드(?)를 지탱하는 한국 영상산업의 힘임을 자처했다. 이와 마찬가지의 전철을 인터넷에서 실현 해보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니 바로 ‘순 국산 성인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이다. 

일반적인 셀애니메이션 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망한 수준의 제작비로 달려들 수 있는 플래시 애니 기법을 이용, 불법 음성 시장에 빼앗기고 있는 국내 성인 애니메이션 팬들을 잡아 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3개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 아닌 밤중에 성인 애니메이션계의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 업체들의 성격도 유별나서 유망 벤처기업으로 정부의 지원과 네티즌들의 세례를 듬뿍 받았던 업체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 홈페이지 만들기에 전념하던 업체도 있고, 전력에서부터 그렇고 그런 업체가 있다. 


제휴 활동의 폭넓은 전개로 1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리얼코믹은 만화포털사이트, 인터넷 영화관, 기타 다수의 성인방송국을 통해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일단 플래시로, 거기에 성인이라는 비주류 장르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제한 된 제작경비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매혹적인 작품들이 서비스되고 있다. 컨텐츠몰을 중점으로 작품 배급에 나서고 있는 애로애니는 가장 창의적인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적인 상호작용적 플래시 활용술을 적극 도입, 선택형 이야기 전개나 전개과정 중에 게임처럼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적용된 작품을 다수 서비스하고 있다. 성적 표현물에 대한 완급 조절용인 듯 시사애니와 일반 이용자 대상의 애니를 포함하는 애교도 부린다.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발동을 걸고 있는 애니69은 성인용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제작 공모전을 여는 등 벤처기업다운 투자와 마케팅 전략, 제휴모델을 통해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작품수준은 공모전 모음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 애니메이터들과의 작품 계약을 통해 비디오 애니메이션 급 작품을 플래시로 제작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 업체가 이 방면에서 최고로 치부되는 일본 성인애니메이션과 경쟁한다는 건 지나가는 동자도 웃을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애니메이션 인력의 인터넷 유입과 음성시장의 양성화,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 활용력의 성숙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성적 표현에 대한 한계 확대 등에서는 일조 할 것이다. 이만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치곤 대단하지 않은가!



(끝)



씨네버스/2001-02-27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글/ 박석환 (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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