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인터넷 만화 업체 현황과 당면 이슈, 온라인 코코리뷰, 2001.01.02



“진단 디지털 만화산업”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 현황과 당면 이슈 (1)


인터넷 만화서비스업체의 자본금 규모는 업체 평균 8억1천만 원 수준이고 임직원 수는 평균 23명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만화방과 이코믹스, 캔디33의 경우 실 만화관련 인원은 10명 내외이고 다른 사업단위를 움직이는 인력이 포함 된 수치이다. 전반적으로 이제 막 사업 1년 차를 맞이하고 있으며 IT관련 업체의 인터넷 만화시장 개척에 따른 유통 출구 가시화, 출판만화시장의 장기 불황 타개, 만화시장 축소에 대한 만화출판업체의 내부 반격 등의 이유로 사업이 본격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만화출판인력들을 대거 영입, 사업을 개시했던 엔포가 출판만화업체의 참여를 견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만화서비스업은 기존의 오프라인 만화소비창구인 대여점이나 만화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2천 여 권 내외의 만화작품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기본으로 한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서는 수많은 작가들의 참여와 저작권료 등의 해결이 필연적이다.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높다. 또, 만화 작품의 구독속도와 상품 회전도도 매우 높아서 추가 유지비 또한 높은 특징을 보인다.

선발업체들이 만화 이외의 사업을 별도로 전개하면서 20명 선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후발업체들은 30명 내외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의 일반현황

만화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PC통신을 논외로 하면 (주)한아름닷컴이 1996년 2월 인터넷을 통해 최초로 만화서비스를 시작했고, 만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인지한 IT 관련업체의 참여가 이어졌다. 다음은 주요 7개 업체의 일반현황이다.



[주요 7개 업체 일반현황]


디지털만화사업은 CD롬만화→PC통신만화→인터넷만화→모바일만화 순으로 전개됐다. 이중 가장 많은 형태의 만화상품 모델을 제시한 영역이 ‘인터넷만화’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업체는 사업체의 성격별로 ①IT기반 ②IT기반+만화출판인력 ③만화출판사 기반으로 나뉠 수 있고, 콘텐츠의 성격별로 ⓐ일일만화 ⓑ연재만화웹진 ⓒ코믹스판만화로 볼 수 있다.

각 업체별로 상기한 기준이 독립 또는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1996년을 전후로 최초의 인터넷만화사업을 시작한 인터넷만화방, 사이버만화방 등이 ① 유형의 업체로 볼 수 있고, 후발업체로 진입한 엔포, 코믹스 투데이가 ② 유형의 업체로 분류된다. 서울문화사 기반의 아이엠코믹스, 아선미디어 기반의 코코믹스가 ③ 유형의 업체이다. 시공사 기반의 코믹플러스와 대원CI 기반의 캔디33의 경우 만화출판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자체 IT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외부 IT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 중인 아이엠코믹스와 코코믹스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콘텐츠 성격 측면에서는 ① 유형의 업체들이 대개 만화방 대여용으로 출간되는 일일만화를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 단, 이코믹스의 경우 만화전문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이른바 코믹스판만화와 자체 연재만화를 일부 편성하고 있다.

② 유형의 업체들은 1999년을 기점으로 초대형 만화포탈 사이트를 표방하며 출발한 업체들로 순수하게 인터넷에 서비스될 목적으로 창작된 연재만화를 웹진 형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만화전문출판사의 만화편집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관련 작가진들과 콘텐츠를 함께 영입했다.

③ 유형의 업체는 200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 됐다. 기존의 만화출판사들이 자사 출판 단행본과 만화잡지들을 주요 콘텐츠로 편성하고 외부 IT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제작과 운영을 전담시키고 있다. 오프라인 만화시장의 축소와 인터넷만화시장의 확대를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중대형 만화출판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캔디33, 아이엠코믹스, 코믹플러스는 자사에서 발간된 대량의 출판물들을 온라인화 시키는 작업을 중점으로 전개하고 있는 한편 오프라인에서 사라져버린 성인만화잡지의 온라인판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아선미디어의 코코믹스는 오프라인 잡지를 발행하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 각 작품의 단행본 계약을 맺고 한 권 분량의 작품을 분절해서 연재 형식의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모아서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코믹스투데이는 이런 모델을 받아들여 이미 10여 종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각 서비스업체별로 독특한 사이트 운영정책에 따라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전략이 도입됐다. 인터넷 서비스를 목적으로 창작된 연재만화 웹진을 하고 있는 3대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사이트의 성격과 현안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엔포넷 메인 페이지]

▶(주)엔포넷의 엔포(www.n4.co.kr)

대표 김영주 / 콘텐츠 책임자 김관운(전 소년챔프 편집자)

‘앞으로 만화면에 업체를 중심으로 다루는 기사는 쓰지 마라’는 신문사 데스크의 엄명이 있을 만큼 언론의 환대와 일반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출발한 엔포는 그야말로 ‘항공모함급 만화사이트’의 위용을 과시했다. 만화편집계의 간판으로 서울문화사의 ‘나인’ 편집장 등을 지낸 강인선을 초대이사로 취임한 엔포는 만화평론가 박인하, 애니메이션 칼럼리스트 송락현, ‘소년챔프’의 편집자 박종길 등을 필두로 100여 명에 이르는 만화작가를 포진, 8개의 웹진을 띄우는데 성공했다. 무료사이트로 출발 회원 수 100만이 넘어서면서 유료로 전환한 엔포는 사이트의 성공적인 출발과 운영에도 불구하고 IT업체에 대한 투자경각과 내부 운영상의 불화 등으로 현재는 그 위용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운영되던 만화 애니메이션, 문화 웹진 등의 업데이트는 중지된 상태이고, 활성화됐던 커뮤니티와 만화창작 교육 콘텐츠도 유명 무실한 상황이다. 주요 역할을 했던 강인선, 송락현은 (주)시공사로, 박종길은 (주)마나로넷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적인 사이트 구성은 3개 만화웹진과 웹진별 단행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청소년 만화웹진 ‘야진’, 순정만화웹진 ‘비투인’, 성인만화웹진 ‘포엑스진’을 주축으로 초기 사이버만화도서관으로 서비스되던 단행본만화들이 3개의 웹진에 분리 편성하고 있다. 서울문화사의 ‘아이큐점프’에서 연재 무대를 옮긴 조재호의 <폭주기관차>와 엽기토끼라는 애칭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대단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시마로의 숲 이야기>, 일본 성인 단편만화 서비스 등을 주요 콘텐츠로 하고 있다.

서비스 실시 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웹진별 과금과 통합 과금을 적용하고 있다. 캐릭터 카드, 쇼핑몰, 모바일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수익달성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고, 대형 포탈 서비스업체에 콘텐츠를 임대하는 비즈니스를 전개하였으나 작가들의 ‘저작권 양도 금지’ 요구에 몰려 수익모델의 다각화에 실패하고 있다. 대형 회선업체들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몰에 전략적으로 참여하면서 전체적인 ‘몸집 줄이기’ 작업을 통해 내실 운영에 중점을 둔 소규모 운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1일 2만~3만 여 명 선의 방문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인터넷 사이트 분석 업체인 코리안클릭( www.koreanclick.co.kr)의 만화/애니메이션 카테고리에서 1위(2001년 5월 현재)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유료화 이후 코믹스투데이에 자리를 내주었으나 코믹스투데이의 4월 유료화로 다시 자리가 바뀌었다. 


[코믹스 투데이 메인 페이지] 

▶(주)에이프로시스템의 코믹스투데이(www.comicstoday.com)

대표 조승진 /콘텐츠 책임자 이재식(전 ‘히트’ 팀장)

코믹스투데이는 대규모 자금 투자와 공격적인 콘텐츠 영입전략으로 엔포 이후 가장 인지도가 높은 만화사이트로 거론되고 있다. 다국어 만화서비스와 무료서비스로 회원 확보에 성공한 코믹스투데이는 삼성중공업 출신의 벤처기업가 조승진 대표를 필두로 (주)세주문화사 출신의 이사진과 ‘미스터블루’(현재는 폐간 된 (주)세주문화사의 성인만화잡지. 전 작품을 국내 작가로 편성했고, 중견과 신인 작가의 고른 기용으로 매우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등을 거친 편집자 이재식, ‘나인’(현재는 폐간된 (주)서울문화사의 격주간 여성만화잡지)의 신광자와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의 성은정 등을 포진, 3개의 만화웹진과 만화정보웹진, 만화방을 구성하고 있다. 엔포의 유료화 이후 3개월 여 간 무료만화서비스를 지속하며 회원 확보에 성공했고, 시공사의 <키드갱>, 서울문화사의 <오디션>, 음란물 시비가 일었던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등의 작품을 거액의 계약금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영입해서 동종업계를 긴장시켰다. 유료화 이후에도 공격적인 콘텐츠 편성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성인만화 , 국내 출판사 비엔비에서 출간한 프랑스만화, 성인영화 및 텍스트 정보 등의 콘텐츠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초기 진행됐던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다국어 서비스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오프라인 만화출판사업에 나서고 있다. 초기 세주문화사와 단행본 출간 계약을 맺고 사이트에 연재됐던 만화를 고급지질의 올컬러 단행본으로 출간했으며, 2차분 부터는 자체 출판/유통하고 있다.

코믹스투데이는 플래시카드, 성인영화 등의 콘텐츠 영입을 위해 해당 업체와 콘텐츠를 교환하는 것 외에는 자체 사이트를 중심으로 사이트 운영과 출판을 통한 수익사업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3개 웹진을 기준으로 3단계 과금 형식을 도입하고 과금에 따른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과도한 투자규모에 따라 수익 발생 여부에 대한 업계의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만화사이트로 성장하고 있다. 



▶(주)코믹플러스의 코믹플러스(www.comicplus.com)

대표 손상익 / 콘텐츠 책임자 이호석(전 ‘투엔티세븐’ 팀장)

‘디지털만화’를 표방하며 출발한 코믹플러스는 만화평론가 손상익과 박석환을 필두로 대원CI 출신의 만화편집자 이호석, 원은주, 김종률 등을 포진, (주)시공사의 준성인지 ‘기가스’와 순정지 ‘케이크’의 온라인판과 성인만화웹진, 만화정보웹진, 성인정보웹진, 시사패러디신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부터 콘텐츠의 유료화를 내세우며 출발, 회원 확보보다는 실질적인 구매율 확대와 수익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자책업체, 콘텐츠몰, 일반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대형 포탈사이트 등에 콘텐츠를 임대 또는 판매하는 방식의 ‘콘텐츠 가치 소진에 따른 디지털만화 유통라인 구축’에 열성을 보이면서 B2B 모델로 출발한 운영정책을 B2C 모델로 변경했다. 작가들과의 개별 계약을 통해 다양한 출판사들의 작품을 구비하고 있어서 경쟁사인 코믹스투데이, 엔포에 까지 단행본만화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오픈 초기 콘텐츠의 성격별 구조화나 유료 이용 모델 등에 있어서 관련 사이트들의 개편에 영향을 끼친 코믹플러스는 ‘디지털만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영상+만화, 플래시, 컬러만화, 만화소재 라디오극, 일반 스캔만화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을 편성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반과 성인 콘텐츠를 단일 사이트에서 제공했으나 2차 개편 시 이를 철저히 분리해서 청소년의 성인 콘텐츠 접근을 차단, 성인정보의 표현 강도를 높였다. 이규형 원작의 <일본대란>(김정수 그림), 김지원의 <카지노바>, 이재석의 등이 성인만화웹진 ‘대쉬’에 연재 중이다. 대형 무료만화 사이트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오픈 시부터 유료화룰 선언 상대적으로 회원확보 등이 미약한 상황이다. 오픈 전 모회사 시공사의 연재 작가인 신영우와 김진 등 주력 작가진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등 콘텐츠 운영에 미숙함을 보였다. 전 세계의 인터넷 서버트래픽율을 통계로 사이트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알렉사( www.alexa.com) 순위에서 국내 동종 업체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진단 디지털 만화산업”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 현황과 당면한 이슈 (2)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의 당면 이슈


▶유료화 문제


2001년은 IT업체들이 너나없이 약속했던 수익원년의 해이다. 출판시장의 극심한 불황의 돌파구로 대두되며 성대한 오픈식을 한 온라인 만화사이트들도 투자 대비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만화 서비스는 199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주)한아름닷컴의 인터넷만화방이 초기 모델이었다. 이후 사이버랜드, 이코믹스를 비롯한 동종 업체들이 후발로 참여하면서 회원 기반 1일 유료 입장제 서비스라는 과금정책을 일반화시켰다. 그러나 2000년 초대형 만화포탈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개시한 (주)엔포는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인터넷 만화계와 출판만화계의 지각변동을 선언했다.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들이 인터넷만화계로 대거 영입되면서 불황의 출판계와 관련인들에게 때아닌 돈 다발과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빅3 사이트 외의 IT 기반 업체들은 3년 전부터 유료 만화서비스를 실시했고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 규모의 사이트와는 다르게 대규모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빅3 업체들이 현재 시장 규모에서 손익분기를 달성하겠는가 하는 부분이다. 중소 규모 업체들의 경우 청소년도 볼 수는 있으나 주 독자층이 성인에 맞춰져있는 만화방만화를 중점으로 구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주 이용층 역시 유료이용에 반감이 적은 성인층이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성인콘텐츠의 매출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일반적인 청소년만화 시장의 규모에 턱없이 부족하다.

빅3 업체들은 회원 수를 늘리기 용이하고 오프라인 출판 시에도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청소년 만화를 주로 편성해왔다. 그러나 청소년 회원의 유료 이용률이 오르지 않자 성인 콘텐츠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청소년 시장이 열리기 이전에 이미 구축된 시장에서라도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발주자 엔포는 일본 성인만화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도입했고, 코믹스투데이는 기존의 성인만화웹진의 작품 수를 40여 종 수준으로 높이면서 성인만화 단행본을 대폭 도입했다. 코믹플러스는 플래시만화와 성인유흥정보지 등을 도입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은 이용자들간의 상호교류 시기를 넘어섰고, 이제는 공급자들간, 특히 콘텐츠 제공자들간의 상호교류 시기이다. 인터넷 업체가 커뮤니티 기반의 사이트들을 오픈해서 이용자들이 그 공간을 새롭게 꾸며 왔다면, 이제는 특정 업체가 만든 콘텐츠가 다른 업체로 이동하면서 새롭게 꾸며지는 시기가 왔다”며 검찰의 단속과는 별개로 업체들 간의 콘텐츠 공유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로 인해 배타적이었던 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수사에 따라 엔포, 코믹스투데이, 와우성인만화세상(www.wowsungin.com), 제이제이코믹스(www.jjcomics.co.kr)와 이들로부터 작품을 공급받던 코리아닷컴( www.korea.com), 나우누리(www.nownuri.com)가 1천만원대의 벌금형을 받게 되자 대표적인 온라인만화서비스업체 8개사는 대표자모임을 갖고, 자체 심의기구를 포함한 사단법인체(회장 황경태, 학산문화사 대표)를 구성 중에 있다. 

현재 국내 창작만화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공간은 오히려 인터넷만화방과 만화웹진들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만화사업의 수익모델에 대한 믿음이 높아지면서 소규모 동종사이트들이 난립하게 되자 다시 작품 수가 많고 저가에 도입할 수 있는 일본만화가 인터넷만화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오프라인의 일본만화 유입 시나리오가 인터넷 만화판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들의 난립과 독자들의 빨리 읽기 성향으로 더 이상 업데이트 할 작품이 없다. 일일만화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잊혀졌던 작가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요구하는 시장이 생기면서 작품의 질적하락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일본만화들의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한번 이뤄졌던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불법복제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조로 이루어진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대한 불법복제가 범죄라는 인식이 없다. 고가의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저가의 콘텐츠에 대한 불법 복제와 배포사례는 피해자가 사업을 정리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 사업의 본격화와 함께 대용량으로 공급되고 있는 음악, 영화, 만화 콘텐츠는 유료 이용 수요보다 불법 수요가 더 높은 실정이다.

미리 결론부터 거론하자면 불법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들이 콘텐츠의 원 저작권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인터넷에 올려진 정보를 찾아내어 힘겹게 만든 것이 왜 범죄인가’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불법복제의 사례도 다양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서 만화책을 한 페이지씩 스캐닝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행위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온라인 서비스업체가 유료로 팔고 있는 것을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전량을 불법으로 복제해서 자신의 사이트로 옮기는가 하면, 유료결제 시스템의 기술적 허점을 발견해서 자신의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CD롬으로 판매됐던 만화의 암호키를 분석 대용량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전환시켜 놓는가 하면, 해외의 만화사이트에서 복제해온 만화를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식자 전환작업을 해서 한국어로 올려놓기도 한다.

대개 대형 인터넷 업체에서 제공하는 게시판과 계정을 적게는 서너개에서 수십개까지 연결해서 초대형 사이트에 버금갈 만한 규모로 사이트를 구성해 놓고 있다. 불법복제의 범죄현장임에 분명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노력과 땀으로 개척한 현장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유료사이트의 방어벽을 뚫고 얻은 결과를 연구성과 발표하듯이 자랑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유통의 붕괴


인터넷의 오락적 기능이 높아지면서 오프라인의 주요 오락매체들의 기능이 약화되는 한편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등의 관계자들은 출판사와 온라인만화업체들의 무분별한 온라인만화 서비스업의 전개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오프라인 만화시장이 역대 최대의 불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만화방에 몰리던 손님들이 PC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홈PC와 가정용 인터넷서비스의 대중화로 책대여점을 찾던 사람들이 인터넷 접속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화가 기존의 오프라인 만화시장을 나락으로 몰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출판사들은 온라인 만화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서 오프라인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던 작가들을 위기에 몰고 있다고 했다. 

무려 7개의 만화 및 관련 웹진과 만화방을 구축하면서 디지털만화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던 엔포는 그 자체로 초대형 항공모함의 위용을 자랑했다. 1일 1천만페이지 뷰를 자랑하며 4개월 여 만에 1백만 회원을 넘는 기록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쇼핑몰, 캐릭터 머천다이징, 광고 등 무료만화 기반을 유지해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악성자본 활용 등의 루머와 IT업계 전반에 대한 경기침체 현상으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원고와 원고료 부담, 늘어나기만 하는 업무량과 인건비,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회원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따른 서버 트래픽 현상과 하드웨어 추가경비 등 깨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는 결국 항공모함 엔포를 입장료를 받아 챙겨야 유지가 되는 놀이공원으로 만들어 버렸다. 

엔포 오픈 이후 잇달아 오픈한 코믹스투데이도 인터넷만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규모와 위용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업체 역시 ‘엔포 유료화 선언 이후’ 이용자 폭증이라는 반사이익을 챙겨 2001년 4월 입장제 유료화를 선언했다. 두 업체 모두 무료 만화 제공 서비스를 통해 사이트의 이용도와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를 격상시켜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사업의 진출을 갈망했으나 전반적인 IT시장악화와 관련 업체의 콘텐츠 유료화 국면에 휩쓸려 무료화라는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업체는 회원 상당수로부터 무료화는 ‘회원을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식의 발상이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인터넷 만화사이트 빅3’로 평가받고 있는 업체 중 막내둥이 코믹플러스는 이들 업체와 달리 초기부터 유료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만화콘텐츠의 인터넷 시장가격 형성’을 목표로 초기부터 유료화로 출발, 현재 만화사이트들의 과금 적용 방식을 유도했다. 코믹플러스는 앞선 두 업체가 오픈 시 ‘어차피 만화잡지 하면서 손해보던 것을 종이값과 인쇄비 등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인터넷으로 전환하고 단행본 출간과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관련 사업 전개를 통해 수익을 찾겠다’는 것과 달리 기존 출판만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PC기반의 인터넷과 핸드폰, PDA 등 각종 인터넷 디바이스를 통한 온라인 다매체(기기 중심의) 전략으로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성인콘텐츠 규제


유료화를 위한 성인콘텐츠 긴급 도입에 따른 파장은 곧바로 선정성 시비와 검찰 출동으로 이어졌다. 검찰의 일제 단속과 그에 따른 사이트 폐쇄 조치로 성인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은 살 길이 막막해졌고, 이용자들은 갈 길이 없어졌다.

인터넷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성인 콘텐츠들은 최근 음란성 문제를 일으킨 ‘IJ 쇼’와 ‘성인비디오물’, ‘영화’, ‘만화’, 플래시 애니 및 게임, 성인소설 및 사진(일명 야설, 야사) 등이다. 이중 검찰 수사의 첫 상대가 된 쪽은 성인방송국 사이트. 성인만화사이트들은 두 번째로 철퇴를 맞았다. 검찰은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을 내세워 사이트 폐쇄, 벌금형 등의 조치를 취했다.

대개의 성인사이트들은 자기 업체의 특화성 콘텐츠를 중점으로 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부가 콘텐츠를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검찰의 단속으로 주요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자 이들 업체로부터 콘텐츠를 주고받았던 관계 사이트들까지도 운영위기에 몰렸다. 관련 업체로부터 성인만화를 공급받았던 한 업체는 “공급 사이트가 검찰수사를 받고 벌금형을 당하게 되자 이 콘텐츠를 내려야 할지 그냥 두어야 할지 결정을 못했다”고 말하면서, 수익배분 방식으로 받았던 콘텐츠의 판매에 차질이 생겨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만화 국내 온라인도 점령


일본만화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유입되고 있다. 온라인 만화사이트의 난립과 독자들의 빠른 작품 소비욕구에 따른 작품 부족 현상, 매출대비 비효율 비용으로 손꼽히는 원고료 부담 등의 이유로 일본만화의 편성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일본만화 공식 라이센스판의 인터넷 유입은 출판만화 시장에서의 일본만화 우위 현상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출판만화의 역사는 다분히 일본만화 중심이었다. 만화방을 중심으로 만화 붐이 일어나자 작가들의 작업량이 늘었고, 작품 수요를 맞추려는 출판업자들의 요구로 불법?적법 일본만화들이 유입됐다. 불법 일본만화가 대형 히트를 기록하고 저가의 라이센스판이 들어오면서 일본만화의 국내 시장 잠식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일본출판사들이 ‘일본만화식민지 건국’을 위해 정책적으로 저가에 작품계약을 해주고 있다는 만화계 관계자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일본만화 출판은 끈이지 않았고 ‘오프라인 한국시장 따먹기’는 손쉽게 끝났다.

최근에는 중소규모 출판사들이 고료도 싸고 많이 팔리는 일본만화 출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출판사들은 ‘일본만화 판 돈으로 한국만화 찍어서 날린다’는 핑계로 국내 작가 기반의 잡지들을 폐간시키고 상대적으로 일본만화의 출판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작품의 인터넷 저작권 확보는 일본 출판사들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산문화사가 D3C.net과 계약을 맺고 일본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의 만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관련 업체들의 일본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에서도 일본만화의 경쟁력은 대단하다. 일본성인 만화 중심으로 콘텐츠를 편성해서 사이트를 오픈 한 제이제이코믹스는 알렉사 순위 5만 등으로 진입, 유료사이트 임에도 불구하고 2개월 여 만에 2천 등에 링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대형 오프라인 출판사인 서울문화사, 대원C&I도 다분히 공격적인 자세로 일본만화의 온라인 판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포탈화


인터넷 만화사이트들이 게임, 애니메이션, 무협소설, 캐릭터쇼핑몰 등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사이트로 변신하고 있다. 인터넷 열풍으로 이익을 본 곳은 ‘기기와 회선 업체 밖에 없다’는 관련인들의 투정에도 여전히 ‘대박 신화’는 쏟아진다. 흐름상으로 보면 1세대 대박은 인터넷의 지형을 확장한 야후, 다음, 라이코스 등 검색기 기반의 포탈과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그 뒤를 잇는 곳이 독특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업체들이고 막차에 올라탄 곳이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이다.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인터넷 상의 모든 정보를 끌어 모았던 포털사이트의 틀을 벗어나 전문 영역만을 다루고 있는 허브사이트들이 곧 콘텐츠 전문 사이트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증가와 사이트의 난립으로 전문사이트들의 등장은 관련인들과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 포털’을 지향하는 전문 콘텐츠 업체들은 터질 듯 터지지 않는 대박에 허탈해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른바 ‘만화포털’을 선언했던 업체들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만화라는 장르가 매우 대중적인 콘텐츠인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나 소설보다 대중적이지 못하고, 유료사이트로서 인터넷방송이나 교육, 경매, 증권 분야보다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사이트의 ‘종합 위락실화’에 나서고 있고, 영세한 업체들은 대형 회선공급 업체들이 구축한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로 위치를 바꾸고 있다. 

만화사이트 대형화의 초석은 작년 오픈 한 엔포로부터 시작됐다. 엔포는 오픈 시 구독성향별 만화 웹진 외에 게임, 문화, 애니메이션 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과 수익구조 부재로 인해 만화사이트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고, 다른 만화사이트들 역시 대형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 제공업에 중심을 두고 있다. 

대원C&I 계열의 온라인 만화서비스 업체 캔디33은 만화웹진, 한일 만화방, 캐릭터쇼핑몰, 애니메이션 상영관, 휴대폰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만화 엔터테인먼트 포털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코믹스투데이 역시 유료화와 함께 다양한 관련 업체와의 제휴모델을 구축하며 만화 이외의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또 2001년 4월 오픈 한 엑스마나(www.xmana.net)는 만화서비스와 빌링솔루션을 기반으로 콘텐츠 편성 자체를 외부업체와의 수익 쉐어 방식으로 진행, 성인엔터테인먼트 포탈을 지향하고 나섰다. 

오케이만화(www.okmanhwa.co.kr)의 경우는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형성 통합형 과금제(월정액으로 전 콘텐츠 이용) 방식의 콘텐츠 포탈을 구축한다. 또 코믹플러스는 모회사인 시공사계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게임타임, 대중문학웹진 이매진, 도시정보포탈 줌시티 등과 연대해서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구축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작가, 출판사의 저작권


온라인 만화서비스 사이트의 초기모델은 아이템과 기술력을 자본으로 한 신생 벤처 기업들에 의해서 주도됐다. 만화전문출판사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시장에 힘겹게 진입한 이들의 전략은 기술적 신뢰도와 미래비전에 대해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던 때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던 마음씨 좋은 작가들은 이들의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관측, 그리고 종이만화를 모니터상에서 볼 수 있게 된다는 호기심에 이끌려 작품의 서비스를 허락했다. 마치 신인만화가들이 아무 조건없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출판사에서 책만 내준다면 원고를 내주겠다는 입장과 같았다. 그렇게 온갖 벤처 기업들의 요청에 이끌려 국내 만화의 디지털화는 가속되기 시작했다. 몇 가지 방식으로 시도됐던 CD롬만화와 PC통신만화가 대표적이다. 대개 작가들과 업체의 개별 접촉에 의해 가시화된 디지털 상품들은 저작권료없이 만들어져왔다. 이후 PC통신의 만화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벤처기업들이 작품 공급이 원할한 만화전문출판사나 만화가협회 등을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했고, 본격적인 저작권 사용료의 지불이 이뤄졌다. 그러나 판매실적이 신통치 않아 정상적인 수익 정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터넷의 보급이 보편화되고 인터넷 환경에 입각한 온라인만화서비스 사이트가 생기면서 온라인 전송권에 대한 개념 혼란이 거듭됐다. 온라인 전송권은 출판사와 상관없이 작가에게 있다는 조항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온라인 업체들은 작가와의 개별 접촉과 계약을 통해 작품 서비스를 시작했고, 작가들은 출판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 해왔다. 이후 메이저 출판사들이 자회사를 통한 자체 만화서비스 사이트를 구축하면서부터 작가들과 출판사, 온라인 업체와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와 갈등구조가 형성된다. 가령 (주)시공사의 자회사로 출범한 코믹플러스의 경우 시공사에서 출간된 단행본만화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를 중점으로 한다. 그러나 만화가 박산하의 경우 시공사를 통해 출간한 작품을 코믹플러스가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코믹스와 블랙탄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또, 대원의 자회사로 출범한 캔디33의 경우 코믹플러스보다 서비스 실행이 늦어지면서 모회사에서 출간한 작품 중 일부 작가의 작품에 대해 독자적인 전송권 계약을 맺지 못했다. 코믹플러스가 몇몇 소속 작가들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IT기반으로 출발한 한아름닷컴, 이코믹스, 사이버랜드 등 선발업체의 경우 일일만화에 의존하고 있어서 코믹스판 만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만화출판사 기반의 서비스 업체와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형편이다. 일일만화와 코믹스판만화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지니는 출판물이고 작가층도 분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포, 코믹스투데이 같은 만화출판사 인력 기반의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코믹스판만화의 작가들에 대한 흡수 경쟁과 메이저 출판사들의 작품단속이 치열해졌다. 

출판만화기업의 양대산맥으로 치부되는 서울문화사와 대원C&I 출신의 주요 편집자들이 신생 온라인 만화서비스업체인 엔포, 코믹스투데이, 코믹플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두 출판사로부터 작가와 작품 빼오기가 시작됐다. 특히 중견작가 및 유명신인작가 등 국내 작가관리와 작품출간에 열성적이었던 서울문화사의 경우 엔포와 코믹스투데이로 자리를 옮긴 편집자들에 의해 상당수의 콘텐츠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모회사를 통한 온라인사업을 전개하면서 타회사에 빼앗긴 서비스권을 찾아오려 했으나 난마처럼 얽혀있는 계약관계를 해결하지 못했다. 대원C&I의 경우는 더욱 공격적인 자세로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모든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전송권 계약을 맺고 있지만 이왕에 너무 많은 작가들이 타회사와 비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만화전문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출판사와 작가들 간의 눈치보기와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작가와 출판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작가>

▶만화전문잡지에 수록되는 작품의 경우 1회 인쇄권을 판매하는 것

▶이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는 별도의 개념이고 작가의 권리가 침해된다.

▶단행본만화의 발행 시에는 정확한 인세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판권을 양도하는 것

▶역시 이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 및 기타의 사용은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이의 사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계약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출판사>

▶이익이 남지 않는 만화전문잡지를 발행하는 것은 작가의 작품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고 향후 단행본 출간을 위한 홍보의 개념이 강하다

▶이를 온라인에 서비스하는 것 역시 개별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단행본 판매 시의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단행본만화의 경우 명확하게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이 포함된다. 작품 자체는 날 것의 개념이 강하다. 표지 디자인부터 제책, 작품 원고의 편집 등 출판사가 손을 대지 않은 부분이 없다. 작가가 만든 것은 원고이고, 책의 외형을 갖도록 한 것은 출판사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작업한 원고 이외에 출판사가 작업한 부분까지를 전부 자신의 권리로 포함시키고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저작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할뿐이고, 출판사 역시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을 시인한다. 그러나 출판계의 도리 상 있을 수 없는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출판사측의 입장에서는 날것의 원고가 작품이 되고 책이 되도록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어루고 달래서 이제 그 열매의 가치를 챙기려는 판인데 믿었던 작가가 판을 깨고 나서는 꼴이다.

서울문화사의 순정잡지 ‘윙크’에 연재됐던 인기만화 <오디션>의 작가 천계영은 최근 오프라인 연재는 ‘윙크’에서 지속하고 온라인 연재는 서울문화사의 자회사인 아이엠닷컴이 아닌 코믹스투데이에서 하겠다고 메니저를 통해 발표했다. 시공사의 소년잡지 ‘쎈’에 연재 되면서 인기를 얻었던 <키드갱> 역시 코믹스투데이로 자리를 옮겼고, 서울문화사의 ‘점프’에 연재됐던 <폭주기관차>도 엔포에 연재 중이다. 이 작품들은 각 잡지의 얼굴과도 같은 것이어서 단순히 유명작품 한편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 외에 출판사의 위상이나 다른 작가들과 출판사의 계약 관계 등에 있어서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편집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연재해주는 출판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눈먼 돈 줍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일부 ‘유명작가들의 파행으로 인해 출판사는 공연히 잘 있는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작가가 경쟁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출판사는 방어적으로 작가를 대접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과 작가가 독자들 앞에 나서는 기회가 줄어 들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대형 베스트셀러 작품들에 의해 출판사가 유지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만을 위한 잔치로 출판사가 바빠진다면 동일한 상품을 생산하는 붕어빵 장사와 다를 것이 무어냐는 평이다. 

이 같은 사이트의 난립으로 어렵게 만든 콘텐츠를 팔아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리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이런 사용자들의 습성을 이용하는 업체들까지 생기고 있다. 또, 이들 업체에 사용자들이 몰리는 점을 감안 동종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가 베너광고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남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사람을 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제공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해되고, 일반 사용자들은 인터넷 사용의 대부분을 이런 사이트를 찾기 위해 서핑하는 것으로 때우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이트를 찾아내서 이용하는 것이 고급 사용자라고 믿고 있다. 사이트를 만드는 이들조차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 인터넷 기술 수준이 높다라고 판단한다. 범죄에 대한 불감증도 문제지만 범죄를 용인하고 이를 통해 인터넷 활용을 익히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만화를 보려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단행본만화의 판매부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만화방과 책대여점의 폐업이 늘었고, 이에 따라 책을 사려는 사람이 줄면서 단일 작품의 발행부수가 급격히 감소됐다. 발행부수가 줄어 들자 출판사는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종수를 늘리게 됐고, 제작비를 낮추기 위해 작품의 질과 출판물의 질이 하락되는 현상이 초래됐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이익없이 손해만 양산하는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출판만화계이다. 여기에 갑자기 생겨난 온라인 만화서비스업체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작품들을 헐값에 사들여 서비스를 시작하자 오프라인의 신상품에 대한 구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 사업에 만화출판사들까지 동참하면서 전통적인 출판물로서의 만화에 대한 개념이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작가들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만화 유통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온라인코코리뷰, 한국만화문화연구원, 2001-01-02 게재


글/ 박석환(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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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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