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보
1990년 주간만화잡지 시스템과 함께 성장한 코믹스계 만화에 대해 검토 한 책이다. <아이큐점프>, <소년챔프>와 함께 시작되어 한국의 청소년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코믹스 만화의 성공 과정과 최근 이슈를 대표적인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다. 개별 작품들에 대한 분석과 함께 그것이 탄생한 시대적 상황 등 미시적 관점과 함께 한국 코믹스 만화 시장의 미래를 위한 대안적 모색도 눈에 뛴다.
구매정보
박석환 저, 코믹스만화의 세계, 살림 간, 2005, 종이책 3,300원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85217
저자소개
박석환
1973년 전남 무안 출생. 청소년기에는 만화로 세상을 배웠고 대학에서는 문학과 방송을, 대학원에서는 문화연구와 기호학을 공부했다.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잘가라 종이만화][코믹스만화의 세계] 등이 있고 공저로는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등이 있다. [국민일보]를 시작으로 [한국일보][동아일보][굿데이] 등의 신문과 잡지, 인터넷 매체에 300건 이상의 만화리뷰를 연재했고 코믹플러스와 시공사에서 8년간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담당했다. 현재는 만화이론과 비평의 대중화, 만화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 모델 재구축을 목표로 연구 활동 중이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이다.
도서목차
코믹스계 만화의 문을 열기 전에
코믹스계 만화의 성공과 위기
코믹스계 만화가 욕망하는 것들
코믹스계 만화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
코믹스 만화의 신세계를 위해
코믹스계 만화의 문을 열기 전에
우리 만화계에는 크게 네 가지 형태의 만화책 출판형식과 소비 시장이 존재한다. 첫째가 전통적인 독과점 생산과 유통 방식을 취했던 ‘대본계 만화’, 둘째가 일본식 만화 전문 잡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대본계 만화의 장벽을 뛰어넘었던 ‘코믹스계 만화’, 셋째가 최근 뚜렷한 시장을 형성하며 위축된 만화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서점계 만화’, 넷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계 만화’이다. 각각의 만화책 소비 시장을 문화 마케팅 패러다임 의 변화과정을 빌려 정리해본다.
우리 만화계의 생산과 소비 시장
먼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본계 만화는 아직도 유통라인 독점을 통한 대량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9세기 산업화시대의 생산 지향성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때 전국적으로 2만여 개에 육박했던 만화방은 ‘책만 있으면 팔린다’는 논리가 통용될 정도로 탄탄한 소비 시장이었다. 우리 만화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화공장’ ‘다작작가’ ‘시리즈만화’ 등이 이 시장을 통해 등장했다. 우리 만화는 1960년대의 1차 호황, 1980년대의 2차 호황을 거치며 대중화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무협만화와 성인 만화로 특화된 시장만 남아 있다. 반면 코믹스계 만화는 1990년대 초 제품 지향성 마케팅 철학으로 대본계 만화의 견고한 울타리를 넘어선다.
코믹스계 만화는 타성에 젖어있던 기존 만화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기존 만화계 외부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다품종 대량 생산이 아닌 양질의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 <드래곤볼>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일본 만화를 직수입하는 한편 만화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아마추어 만화계에서 <열혈강호>의 양재현, <팔용신전설>의 박성우 등을 발견했고, 만화 잡지 공모전을 통해 <라그나로크>의 이명진 등을 등용시켰다.
몇몇 작가에 의해 독점됐던 만화창작의 벽도 무너뜨렸다. 이들 작가진이 가장 열성적인 만화소비자였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일종의 소비자 중심 문화마케팅이자 인력 양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사회 지향성 마케팅이었다. 코믹스계 만화는 시장 진입기에 매우 급진적 형태의 마케팅과 경영 철학으로 만화계에 신선한 충격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곧이어 시장 장악기에 접어들면서 일본 만화의 독점 유통 체제를 구축하고 ‘대본계 만화 제작 형식의 코믹스판 전작 단행본’을 발행하는 등 대본계 만화의 생산 지향성 마케팅을 답습한다. 이런 와중에도 <짱>의 임재원, <힙합>의 김수용, <용비불패>의 문정후 등이 등장해 시장을 리드하는 듯했으나 시장 진입기의 경영철학은 사라지고 이내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경기 침체기에 물량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정책을 펴면서 전체상품의 가치를 덤핑가 이하로 떨어뜨린 데 따른 소비 시장의 반격이었다. 일본 만화의 출판이 급증했던 2000년(62%) 이후 코믹스계 만화의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고 여전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서점계 만화는 2000년 이후 본격화되면서 코믹스계 만화를 대체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초기 형태의 서점계 만화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로 대표되는 이른바 ‘학습교양 만화’였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마법천자문>의 열풍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대 교양 잡지 전성시대의 교양주의 만화의 열풍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곧이어 코믹스계 만화에서 출발한 다양한 유형의 장르 만화도 서점 무대로 재등장한다. 서점계 만화는 코믹스계 만화의 천편일률적 제책 형식을 벗어나 아름다운 장정과 고급용지, 부속물(작품 평론, 작가 인터뷰, 일러스트 엽서 등)의 다양화, 언론을 통한 광고와 홍보 활동 등으로 판매 지향적 마케팅을 구사했다. 바다그림판, 길찾기, 애니북스 등이 주도한 ‘복간만화’ 열풍은 기존 소비 시장인 만화방과 책대여점에서 멀어진 소비자를 서점과 통신 판매를 중심으로 끌어 모으는 데 일정부분 성공한다. 코믹스계 만화 출판사에서도 곧이어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흉내 냈고, 대본계 만화 출판사에서도 ‘재판’을 발행했다. 이는 다품종 생산철학과 시스템에 익숙한 쪽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다. 이들의 애장판과 재판 발행은 ‘끝물 장사의 시작’을 예고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계 만화는 출판 만화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형식의 ‘온라인 만화’와 인터넷에 수록할 목적으로 그렸다가 출판 만화로 출간하는 형식의 ‘웹툰’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출판 불황의 장기화를 뚫고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한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마린블루스> 등의 웹툰은 ‘새로운 창작 형식→유통 구조→소비 방식’ 등을 고안해냈다. 즉, 예비독자와 작가가 책의 제작은 물론 유통에 깊숙이 참여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고객접촉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는 직접 판매 관리에 임하고 게시판 등을 통해 고객접촉 마케팅을 일상화하는 한편, 충성도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 등도 전개하고 있다. 기존 출판 만화 마케팅이 작가의 손을 떠나 출판사의 관리에 의존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코믹스계 만화 시장의 현재
현재 만화책 시장은 서점계 만화 중 교양학습 만화 분야와 온라인계 만화 중 웹툰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본계 만화는 생산원가 축소에 매진하고 있고 코믹스계 만화는 기존 시스템 유지관리에 만족하고 있다. 대본계 만화의 순기능이었던 만화관련 대규모 고용 창출과 도제식 창작교육 시스템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 코믹스계 만화 역시 만화 전문 잡지의 판매부수 급감으로 잡지가 지닌 순기능 모두가 유효하지 못한 상황이고, 공모전을 통한 인재발굴 시스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작품 수급원이자 매출 점유도가 높은 일본 만화계에서도 대형 인기작의 부재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더불어 만화 시장의 축소로 인재들은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빠져나가고 있고, 생산종수를 늘려서 총 판매량을 유지하던 방식도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그나마 최소판매부수를 보장해주던 총판의 책대여점 만화책 배급시스템도 온라인서점의 활성과 할인판매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코믹스계 만화는 과거의 대본계 만화처럼 10 여 년의 호황을 뒤로 한 채 서점계 만화와 온라인계 만화에 주류시장의 패권을 넘기고 만화사의 저편으로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이 시기를 뒤로 물리고 앞으로의 10년을 약속받기 위해서, 또는 전복적인 체제변화를 통해 코믹스계 만화의 전통을 잇는 새로운 흐름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코믹스계만화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추락하고 있는 현재 시장을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변화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수용자에 대한 탐구와 산업구조에 대한 재해석, 전략적인 작품생산 모델연구 등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몇 배 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